서론 : 사대부의 그늘에서 세계를 호흡한 전문 직업인들조선의 엄격한 신분 질서 속에서 '중인(中人)'은 양반과 평민 사이에 낀 어정쩡한 경계인이었습니다. 높은 학식과 실무 역량을 갖추었음에도 문과 응시가 제한되어 고위 정무직으로 승진할 수 없는 제도적 벽에 가로막혀 있었습니다.그러나 이 신분적 한계를 오히려 기회로 바꾸어 한반도 밖의 넓은 세상과 교류하며 막대한 부와 독자적인 문화를 일궈낸 이들이 있었습니다. 바로 외국어 통역과 외교 실무를 전담했던 전문 외교 기술관, 역관(譯官)입니다.명나라와 청나라, 그리고 일본을 오가던 사절단의 그림자 역할을 하며 국제 무역의 흐름을 꿰뚫었던 역관들은 조선 후기 거대한 상업 자본가로 변신했습니다. 나아가 이들이 축적한 부와 서구·청나라의 신문물은 닫혀 있던 조선 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