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론 : 쌀과 삼베를 넘어 엽전의 시대로"주막에서 국밥 한 그릇을 먹고 삼베 한 조각을 잘라 낼 것인가, 아니면 무거운 쌀자루에서 곡식을 한 되 퍼서 건넬 것인가?"조선 중기까지만 해도 조선의 일상 경제는 물품화폐가 지배했습니다. 시장에서 물건을 사고팔 때 오가던 것은 구리 동전이 아니라 쌀과 무명, 삼베 같은 현물이었습니다. 부피가 크고 무거워 장거리 운반이 극히 어려웠고, 보관 중에 썩거나 쥐가 갉아먹는 등 물물교환 경제의 한계는 명확했습니다. 이러한 비효율을 깨고 17세기 후반 마침내 등장한 구리 동전이 바로 상평통보(常平通寶)입니다. 상평통보는 둥근 외형에 네모난 구멍이 뚫려 있어 흔히 '엽전(葉錢)'으로 불렸으며, 발행 즉시 전국 저잣거리로 퍼져나가며 조선의 상업과 금융 생태계를 뿌리째 바꾸어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