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론 : 18세기 한양을 뒤흔든 길거리의 목소리"칼을 높이 치켜든 자객이 막 방문을 열어젖히려는 그 찰나! 다음 순간 어찌 되었겠습니까?"손에 땀을 쥐게 하던 이야기꾼이 별안간 입을 꾹 다물고 부채를 탁 접어 올립니다. 숨죽여 듣고 있던 청중들 사이에서 안타까운 탄식이 터져 나오고, 이내 여기저기서 엽전 몇 닢이 툭툭 던져집니다. 던져진 동전이 수북이 쌓이자, 이야기꾼은 슬며시 미소를 지으며 능청스럽게 다음 대목을 풀어냅니다.조선 후기, 종로 운종가와 청계천 다리 밑에는 사람들을 울리고 웃기던 전문 이야기 낭독가 '전기수(傳奇叟)'가 있었습니다. 문자를 모르는 평민부터 규방의 여인들까지 온 나라를 이야기의 도가니로 몰아넣었던 전기수의 활약과, 조선의 출판문화를 뒤바꾼 한글 방각본(坊刻本)의 대유행을 살펴..